| [디자인정글 칼럼] 홍콩 ‘스타의 거리’에서 배우는 도시의 문화브랜딩_ “공간은 기억을 담고, 기억은 도시를 만든다” | 조회수 | 3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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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침사추이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 위로 별빛처럼 반짝이는 이름들이 발밑에 박혀 있다. 이른 바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가 바로 그것이다. 홍콩의 유명 배우들인 이소룡, 매염방, 주윤발, 장만옥, 왕가위…. 그 이름 하나하나가 홍콩의 영화사를 상징하고, 도시의 자부심을 말해준다.
그래서 이곳은 단순한 관광명소가 아니다.
기억을 도시의 풍경으로 만들다
‘스타의 거리’는 2004년 홍콩 영화 100년을 기념해 조성되었다고 한다.
이소룡의 역동적인 동상, 매염방의 우아한 조형물, 그리고 수십 명의 영화인 이름이 새겨진 명패들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홍콩이 스스로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공간이 곧 기록이고, 기록이 곧 정체성이 된 것이다.
‘스타의 거리’는 시민의 기억이 살아있는 야외 갤러리다. 그 길을 걷는 행위 자체가 ‘홍콩의 문화’와 만나는 경험이 된다. 즉, 도시의 과거를 소비의 대상이 아닌 체험 가능한 콘텐츠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소룡(李小龍, Bruce Lee, 1940~1973)
매염방 (Anita Mui, 梅?芳, 1963?2003)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성공은, 예술과 상업, 그리고 공공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점에 있다. 홍콩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하여 ‘도시경험의 콘텐츠화’를 시도했다.
홍콩은 이처럼 공공예술을 도시의 언어로, 콘텐츠를 브랜드로 전환했다.
맥달(McDull)은 1990년대 후반 홍콩에서 탄생한 돼지 캐릭터로, 순진하고 꿈 많지만 늘 소박한 현실에 부딪히는 평범한 홍콩인의 자화상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순수함”을 상징하며, 홍콩 시민들의 정서와 유머 감각을 담은 캐릭터로 발전했다.
한국의 많은 지자체들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랜드마크 경쟁’에 몰두해 있다.
문화브랜딩은 지역의 스토리를 공간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즉, 도시마다 내재된 역사·예술·생활문화를 감각적으로 재구성해 시민과 방문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다.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외형이 아니라 정체성의 깊이에 있다. 그 깊이를 채우는 것은 기억이며, 그 기억을 설계하는 힘이 바로 문화브랜딩이다.
국내 영화도시의 가능성 - 전주, 통영, 제천의 사례
전주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국적인 일상미(美)’를 재해석하며 과거의 풍경을 현대의 체험으로 전환한 도시다.
통영은 바다와 음악의 도시로 불린다.
제천은 산과 호수, 그리고 영화로 자신을 말한다.
이 세 도시 모두의 공통점은 지역민의 기억과 감정이 공간 속에 스며 있다는 점이다.
홍콩의 ‘스타의 거리’는 영화라는 산업을 넘어 ‘기억의 경제(Memory Economy)’를 만든 사례다. 공간이 과거를 품고, 현재를 이야기하며, 미래의 상징이 되었다.
문화브랜딩의 핵심은 거대한 예산이 아니라 기획의 통찰이다.
도시의 정체성은 행정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에서 태어난다.
공공디자인, 도시재생, 지역 축제, 미술관 등 이들의 핵심은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니라 ‘어떤 감정을 남길까’다.
홍콩의 ‘스타의 거리’는 영화라는 산업을 넘어 ‘기억의 경제(Memory Economy)’를 만든 사례다. 공간이 과거를 품고, 현재를 이야기하며, 미래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의 도시들도 이제 ‘하드웨어의 도시’에서 ‘스토리웨어의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외형이 아니라 정체성의 깊이에 있다. 그 깊이를 채우는 것은 기억이며, 그 기억을 설계하는 힘이 바로 문화브랜딩이다.
“공간은 기억을 담고, 기억은 도시를 만든다.” 이 문장은 오늘날 모든 지자체가 새겨야 할 도시 전략의 명언이다. 화려한 개발보다, 오래 머무는 이야기- 그것이 도시와 지역이 지속가능해지는 유일한 길임을 대한민국의 지자체들은 명심해야 한다.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주간(jsw0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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